밤의 포말
서울 중구 을지로 188 2층 알렉스룸
2024.2.19 - 3.3

전시 밤의 포말은 삶에서 터부시되는 것의 이면을 찾아 애정을 품어온 김유리, 이민주, 정다원 세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낮의 이면, 빛이 물러간 시간에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익숙하고도 낯선 것들의 모습이다. 아침이 되어 세상에 활기가 돌면 사라지는 것들. 어둠은 마치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벽의 뒤편으로 물러나며 포말을 흩뿌린다.
포말은 순간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안다. 포말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낮의 이면이 남기고 간 잔재를 어딘가에 머금고 있다. 그것은 불안이나 우울 같은 어두운 감수성일 수 있고, 혹은 우리 도시가 남긴 찌꺼기나 소외된 것들일 수 있다. 불편하지만, 세 작가는 그 자극을 기꺼이 받아들여 감각한다.
 
김유리는 정해진 질서에 따라 효율적이고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과, 그 일상을 받쳐주기 위해 직선으로 뻗은 길로 채워진 도시의 풍경을 바라본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에서 느끼는 막연하고 모호한 감정을 편집과 은유를 통해 재구성하여 감정을 투영한다.
봉분의 형태는 삶과 죽음의 상징성으로 그림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민주는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맞이하는 탄생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짧은 생애주기를 가진 것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정다원은 켜켜이 쌓인 감정 속 잊히고 버려진 잔재들을 애틋하게 대한다. 때때로 삶을 힘겹게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발맞춰 자신의 일부로서 자리 잡은 것들을 작가는 여운이라 명명하며, 그 찌꺼기 같은 형상들을 인정하고 끌어안는다.
어둠의 시간이 언제고 다시 찾아올 것을 알기에, 세 작가는 피하지 않고 그것들을 애정으로 바라보며 오늘도 새로운 포말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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